스포츠 영화가 아닌 척 하지만, 나의 좁은 감상폭 내에선 가장 스포츠 영화답다.
많은 스포츠 영화들이 밑바닥 서사를 담으려 하지만, 이렇게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그것도 그저 상황이 나빠지는 것만이 아니라 주인공의 무책임함, 자기과신, 반복되는 멍청한 선택을 모두 보여주며 제대로 밑바닥을 찍는 경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끝에, 일반적인 관점에선 영광따위 없는 마케팅용 이벤트 매치를 하이라이트 삼는 연출 이후 비로소 주인공이 자신과 삶을 받아들이게 되는 서사에서, 그리고 이전까지는 뒤섞여있던 그의 신념 내지는 오만이 해당 장면에서 정확히 스포츠 정신의 표출로 승화되어 나타나는 점에서 기분좋은 충격을 느낄 수 있다.
(가령 [[F1]]은 이 점에서 약간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
중반까지의 정신없는 전개 속에서 주인공을 빌드업하는 여러 관점을 공평하게 다뤄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재능에 비해 녹록치 않은 상황과 무지한 주변 인물들이 분명한 제약으로서 존재하고(많은 이들이 타인의 일에 대해선 이걸 경시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그의 무책임한 성향과 파멸적 행적을 변호의 여지 없이, 억지로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려는 연출 없이 그려준다.
그 가운데에서도 탁구에 대한 애정 및 그 자체에 가치를 두는 믿음은 변함없이 표현된다. 사람의 여러 면은 orthogonal 하게 존재하며, 그걸 휩쓸림 없이 나타내는 매체들이 어찌나 좋은지. 결국 라이벌 엔도에게 비프 없이 서로를 인정할 만한 경기를 해내고, 그 가치의 대척점에 있는 록웰, 즉 "1601년 이래 불멸의" 자본주의와 부 일변도의 가치관까지 감화시킨 듯한 장면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하게는 그 신념이 그동안 오만함으로 발현되며 파괴적인 사건들만 일으켰던 것을 뒤로하고 드디어 참된 스포츠의 가치로 표현되며, 인물 자신의 분명한 성장으로 이어지는 점.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문제는 해소될 여지가 없겠지만, 돌아온 자신의 자리에는 아이가 있다. 새 삶을 마주한다.
---
etc.
- 'Forever Young'으로 시작해서 갓 태어난 아기로 끝나는 구조가 마음에 든다. 그렇게 나의 젊음을 전해주게 되는 게 사는 동안의 이야기겠지.
![[KakaoTalk_Snapshot_20260717_194519.png|300]]
- 주인공을 중심으로 대환장파티가 벌어지는 일련의 장면들이 지나치게 소모적인가 생각을 해 봤는데, 이러한 류의 전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몰입을 유지한 채로 잘 받아들여졌다. 어떤 요소들이 그걸 돕는지까진 잘 모르겠다. 상황의 무게감 대비 음악과 음향효과를 강하게 때려박는 듯하단 것 정도?
- 록웰 역으로 출연한 샤크 탱크 아저씨는 과연 이 영화의 메세지에 동의할까?
- 호불호가 좀 갈릴 듯하나, 나는 아주 좋다.
- 티모시 샬라메가 누구와 사귀든, 타 예술분야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든 별로 관심이 없다. 그게 상관이 있게 된다면 연기를 못한 거겠지.
- 한편, 감독의 전작들이 이것과 많이 유사하다는 말이 있던데, 이건 신경을 써 봐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