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들이 확 성숙함을 더하고 연기력도 한층 좋아졌다. 특히 엠마 왓슨의 빛나는 얼굴은 이때부터 이미 티가 났던 듯. 여전히 아역들의 한계를 벗어날 순 없지만. 하지만 원작이 전편에 비해 진지함을 한껏 더하는 것에 반해 실사영화는 그걸 잘 전달하진 못한다. 이 세계관 내 다양한 사회적 계층의 존재과 그들 간에 내제된 갈등 그리고 해리와 볼드모트의 연관성이 주는 정체성 혼란이 핵심 사건에 깊게 관여되어 있는데, 그것들을 그저 언급만 할 뿐 끝까지 유지되는 분위기로 끌고 가지 못한다. 이 시리즈에서 흔치 않게도 호그와트의 안전함에 대한 전제가 무너져내리며 실시간으로 학생들이 습격당하는데, 작중의 모든 사건이 그 불안한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벌어진다는 걸 자꾸만 놓친다. 돌아보면, 이 실사영화 시리즈의 색채를 전환하는 훌륭한 시도를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이 하긴 했지만, 여기서 진작에 해 두는 게 좋았을 것이다. (혹은 적어도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처럼 이전의 색채로 회귀하되 으시시한 분위기는 첨가하거나) 그만큼 이 편은 중요하다. 개인의 신념, 즉 선택이 그에게 씌워진 숙명이나 흔한 선악의 구도보다 중요하다는 이 시리즈의 핵심 주제가 제시되고, 그에 맞게 해리-볼드모트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모든 소재가 예언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여기서 처음 드러나며, 이 세계관 내 중요한 사회 구성원 및 조직들이 모두 언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국 전편과 같이 마치 크리스마스 가족영화의 느낌이 난다. --- 오락적인 연출-호그와트로의 운전, 퀴디치, 아라고그로부터의 탈출, 바실리스크와의 전투-에 장면을 할애해 원작의 연출이 빈약한 점을 강화한 건 좋지만, 그 대신 중요한 표현들을 배제해버린 건 심히 아쉽다. 마지막 전투에서 퍽스의 활약을 줄여 12살짜리가 검으로 신나게 싸우게 되었고, 고드릭의 검을 마치 거기 있을 줄 알았다는 듯이 집어들게 됐고, 톰 리들이 지니의 생명력을 빨아먹는 게 볼드모트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표현을 해 버렸다. 해리가 그 자신 및 볼드모트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한 내용을 덤블도어가 답해주는 내용도 잔뜩 축소해버렸고. 사실 이 시리즈 전체에 걸쳐, 각 편의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뒤 덤블도어와 하는 상담은 이야기의 전달이든 인물 감정의 구체화든 어느 관점에서 보아도 매우 중요한데도 매번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잘려나가는 경향이 있다. (특히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에서 “아아, priori incantetem”이라 말하고 아무 설명도 안 해 버리는 뻔뻔함은 가히 공포) --- ## 여담 - 이 편에서 세베루스 스네이프 역 알란 릭맨의 연기는 전편에 비해 좀 더 인간적이고 가볍게 느껴진다. 다른 어떤 시리즈에서도 이렇게 흔들리거나 무게를 잡지 않은 눈빛과 목소리를 보여주지 않는데. - 원작에서 해리와 톰 리들이 ’생긴 것도 어딘가 닮았다‘고 표현하는데, 그렇다면 영화 제작진은 다니엘 레드크리프가 성장해서 톰 리들 역 배우와 유사한 이미지가 되기를 기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이 단계에서 해리와 지니 역의 배우 모두 원작 후반부 편들에서의 서술과 같이 성장할 것 같은 기대감을 주긴 한다…… 다들 다른 이미지가 되어버렸지만. - 돌아온 허마이온니와 론이 서로를 신경쓰며 어색해하는 장면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롤링이 조언한 것일지도. 하지만 어느 인터뷰에선 3편 시점까진 해리와의 연결을 생각했었다는 둥 일관되지 못한 루머가 난무해서 뭐…… 그냥 귀여워하고 말자. - 원작에서 모든 일이 끝난 뒤 학기가 마무리되고 프리벳 가로 돌아가기까지의 일들이 너무나 단촐한 한 두 문단으로 줄여지다보니 여기서는 해그리드의 귀환을 학생들이 반기는 걸 엔딩으로 처리한 듯하다. 적절하긴 하지만, 또 너무 동화적이긴 하다. “꿈과 환상이 가득한 마법 세계와 호그와트~~~ 쨔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