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1, 예비군 귀가 후 득달같이 감상. ![[1FDD20C4-5C0E-4FA6-8901-EA570308B61F_1_201_a.jpeg|300]] --- 약 반년 정도 F1 쇼츠들과 윤재수(케로) 해설님의 미쳐버린 잡학다식 영상을 즐겨 봤다. 아마도 쿠팡플레이가 F1 중계를 서비스하면서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것. F1에 대한 내 사전 지식은 그 정도. 용어들은 알아듣겠지만, 고증 허점 같은 건 알아채지 못할. #### 👍👍👍 F1 자체가 다른 스포츠와는 굉장히 이질적인데, 그런 점들이 아주 잘 드러나는데다 이야기 진행에 있어 중요하게 기능한다. 드라이버와 엔지니어가 함께하는 팀 스포츠라는 점, 두 드라이버 간의 갈등 혹은 한 명을 밀어주기 위한 협력, 피트스탑이나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의 노림수들, DRS, 타이어 선택....... 그래서 그런 점들을 잘 살린 것만으로도 전형적이지 않은 전개가 된다. 실제 선수들이나 과거 전설적 선수의 사고를 소재로 삼아 스포츠 팬들에 대한 존중 및 선물이 되는 건 덤. 해당 요소들에 대해 적당한 수준의 설명도 곁들여지기 때문에 입문자로서 매력을 느끼기에 너무 좋다. #### 👍👍 소니 헤이즈가 왕도적인 스포츠물의 주인공이 아니다. 극에서 그 길을 걷는 인물은 조슈아 피어스(이하 JP). 직장을 잃을 위기에다 부상도 당하고, 항상 옆에서 응원하는 가족까지. 그런 가운데 커다란 성장을 이루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나, 마지막에 아슬아슬하게 우승하지 못하는 것마저 매우 왕도적이다. 반면 주인공 소니 헤이즈는 올드스쿨 드라이버이자, 어쩌면 꼰대이자, 조력자이다. 엔지니어 및 팀 전체의 소통을 이끌어내고, 전략 제시(실제론 그렇게 잘 통하지 않거나 진작에 패널티 감일 수도 있지만)와 그에 맞는 머신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JP에게 마인드셋 및 전술적 귀감이 되어주지만, 그 자신은 내적 성장을 그다지 하지 않는다. 이 구도가 좋은 건, 레이싱 하면 흔히 강조되는 속성을 주인공의 성향에 걸어두고, 모터스포츠로서의 F1을 JP의 고민과 성장 그리고 주인공과의 관계(협력과 갈등 모두)를 통해 나타내기 때문. F1이라는 제목에 걸맞다. #### 👍 감독과 음악감독 때문에 "[[Top Gun - Maverick]]보다 액션과 박진감이 대단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을텐데,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론 전술한 F1의 여러 요소를 재기발랄하게 사용한 면에 더 집중한 편. (참고: [[Ford v Ferrari]]) #### 👎 드라이버의 경기 외적인 이미지메이킹이 실제로는 꽤 중요하다고 하는 반면 극 중에선 그저 애송이의 처신으로 취급되는 듯해 아쉽다. '소니 헤이즈와 같이 언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태도가 나름의 캐릭터성으로 어필하기도 한다'는 식으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F1 골수팬들의 시각에선 어떨지? 주인공의 설정과 더불어 너무 '꼰대스러운' 가치를 강조한다고 느끼지 않을까? 클리셰를 많이 깼다고 해도, 주인공은 그저 운전이 너무 좋은 자유롭고 매력적인 마초맨이라는 점, 그렇기에 우승 및 팀 엔지니어 헤드와의 불장난(보다는 좀 더 진지하게 다음을 기약하긴 하지만) 후 또다시 다른 어딘가로 떠난다는 점은 꽤 전형적이라 느낀다. 자신이 사랑하는 분야의 정점에서 더는 후회를 남기지 않은 채, 서로를 이해하는 이와 가정을 꾸리는 게 오히려 입체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팀에게 귀감이 되는. 스포츠의 완성은 거기까지가 아닌지?... 라기엔 난 스포츠를 논할 자격이 없긴 하지....... 루틴으로 뽑아 두는 카드를 확인하는 것, 그것만으로 과거 사고로부터 온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순수한 열정을 좇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