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꽤 잘 만든 영화다.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명확히 보여주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백룸이 자아내는 기괴한 느낌을 잘 전달한다.
그런데 내겐 그 점이 딱히 몰입감으로 다가오질 않는다. 확실히 내가 공포 장르에 감수성이 없고, 공포스러운 분위기 그 자체에는 가치를 크게 두지 않는 듯하다.
대신 그러한 분위기를 타고 기저의 설정에 빠져드는 걸 좋아하는데, 중반부터 이 공간이 개인들의 트라우마를 반영한다는 단서를 점점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만 그게 또 정교한 느낌은 아니다. 다른 이의 기억이나 트라우마가 형상화된 공간에 진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클라크 본인은 그 안에서 어떻게 의연하게 있을 수 있으며 왜 그럼에도 선장 클라크에게 살해당했는지 등....... 후에 찾아보니 레딧에서 유행한 괴담을 기반으로 모호하게 쌓아올려진 세계관이라, 애초에 그렇게 알 수 없는 느낌을 주는 게 본질인 정도가 맞았던 듯.
보는 내내, 개인 트라우마의 실체화라는 소재를 더 명확하게 상황과 연결짓길 바라면서도 '8번 출구' 영화판과 유사한 형태는 아니었으면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둘 모두 쓸데없는 생각이 되었다.
+) 리미널 스페이스 류의 공포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쪽 컨텐츠를 즐긴 바가 없기 때문에 그게 어느정도의 경지인지는 모르겠다. 두 주요 등장인물의 배경에 대한 장면이나 점프 스케어 요소들, 백룸의 연구하는 기관의 등장 같은 것들이 되려 그러한 분위기에는 해가 된 것 같기도.